송대 선종에서는 깨침의 본질과 수행 방법을 강조하는 여러 개념이 정착되었다. 대표적으로 단전심인, 불립문자, 직지인심, 견성성불 등의 개념은 선종의 핵심 종지를 대변할 뿐만 아니라 깨침의 정의를 명확히 내리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선종에서는 시대와 종파, 수행자에 따라 선수행의 방법이 다양하게 전개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깨침과 더불어 이를 설명하는 선리가 형성되었다. 선리는 수행자들이 깨달음을 표현하는 방식이자 수행의 원리를 담고 있는 이론으로, 선종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선리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선종에도 영향을 주었다. 한국의 선리 연구는 나말여초에 선법이 유입되면서 시작되었으며, 고려 시대 구산선문이 출현하면서 선교 차별을 주장하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진귀조사설과 표상현법 등의 사상이 선종과 교종 간의 구별을 강조하며 선리 논쟁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고려 시대에는 《선문보장록》과 《선문강요집》 등을 통해 선리 논쟁이 심화되었고, 특히 임제종과 운문종의 선리 해석이 주요한 논점이 되었다.
조선 시대로 접어들면서 선리 논쟁은 더욱 다양해졌다. 《염송설화》에서 공안에 대한 해설이 꾸준히 등장하며 선리 연구가 지속되었으며, 환성지안의 《선문오종강요》는 선종오가의 선리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중요한 문헌으로 평가된다. 이후 백파긍선은 《선문오종강요사기》와 《선문수경》을 통해 선리 해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더욱 깊이 있는 논의를 전개했다.
조선 후기에는 선리 논쟁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며, 다양한 문헌을 통해 선리의 의미를 새롭게 탐구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본 연구에서는 특히 《선문증정록》, 《선원소류》, 《선문재정록》 등의 문헌을 분석하여 선리 논쟁의 흐름을 추적하고 그 특징을 고찰하였다.
한국 선리 논쟁은 단순한 철학적 논쟁이 아니라 선종 수행 체계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과정이었다. 본 연구는 선리 논쟁의 발생과 전개 과정, 그리고 그 사상적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한국 불교의 정체성과 수행 전통을 재조명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김 호 귀
(kimhogui@hanmail.net)
동국대 선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 및 박사 졸업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HK교수
한문불전번역학과 교수
<저서 및 번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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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 : 도산 황규철 작가